접시꽃 시인 도종환의 시 <억새>, <흔들리며 피는 꽃>을 소개하고 시인의 약력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시적허용으로 맞춤법과 철자의 오류는 있습니다. <접시꽃 당신>으로 국민시인이 되어버린 도종환시인은 현재는 국회로 가셨습니다.
억새
저녁 호수의 물빛이 억새풀빛인걸 보니
가을도 깊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어머니,
억새풀밖에 마음 둘 데가 없습니다.
억새들도 이젠 그런 내 맘을 아는지
잔잔한 가을 햇살을 따서
하나씩 들판에 뿌리며 내 뒤를 따라오거나
고갯마루에 먼저 와 여린 손을 흔듭니다.
저도 가벼운 몸 하나로 서서 함께 흔들리는
이런 저녁이면 어머니 당신 생각이 간절합니다.
억새풀처럼 평생을 잔잔한 몸짓으로 사신
어머니, 올 가을 이 고개를 넘으면 이제 저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저무는 길을 향해
걸어 내려가려 합니다
세상을 불빛과는 조금
거리를 둔 곳으로 가고자 합니다.
가진 것이 많지 않고 힘이 넘치는
자리에 앉아 본 적이 없는지라
어머니를 크게 기쁘게 해드리지 못하였지만
제가 가슴 아파하는 것은
어머니의 평범한 소망을
채워드리지 못한 점입니다.
험한 일 겪지 않고 마음 편하고 화목하게만
살아달라는 소망
아프지 말고 아이들 잘 키우고 남에게 엄한 소리
듣지 말고 살면 된다는 소박한 바램
그중 어느 하나도 들어드리지 못하였습니다.
험한 길을 택해 걸었기 때문에
내가 밟은 벼룻길 자갈돌이
어머니 가슴으로 떨어지는 소리만
수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내가 드린 것은 어머니를 벌판 끝에 세워놓고
억새같이 떨게 만든 세월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점점 사위어 가는데
다시 가을이 깊어지고
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져
우리가 넘어야 할 산 너머엔 벌써
겨울 그림자 서성댑니다.
오늘은 서쪽하늘도
억새풀밭을 이루어 하늘은
억새구름으로 가득합니다
하늘로 옮겨간 억새밭 사잇길로 어머니가
천천히 천천히 걸어가는 게 보입니다
고갯마루에 앉아 오래도록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하늘에서도 억새풀이 바람에 날려 흩어집니다
반짝이며, 저무는 가을 햇살을 묻힌 채
잠깐씩 반짝이며
억새풀, 억새풀 잎들이,
<신생 2004년 봄호> 전망
연세가 드신 어머니의 하루는 젊은이의 하루와는 비교 불가지요.
늙으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픈 마음을 잘 표현한 시지요.
험한 일 겪지 말고, 엄한 소리 듣지 말고 아이들 잘 키우고 아프지 말고 살으라는 어머니의 바람을 단 한 가지도 들어 드리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부모 된 저도 시인의 어머니처럼 아이들에게 저 정도만 부탁을 할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부모도 제게 그리 살라고 하시겠지요.
노심초사 자식걱정하는 어머니, 억새같이 연약한 그 어머니를 평생 벌판 끝에 세워놓고 가슴 졸이게 만들어 억새를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는 시인의 고백이네요.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 세월 어쩌면 좋단 말인가요.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을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삶이 어찌 장미꽃을 뿌려놓은 듯 향기로운 길만 걷겠습니까.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고 기절할 듯한 천둥번개가 쳐도 우리는 견뎌내야만 하는 존재인걸요.
바람이 불면 바람을 헤치며 꿋꿋하게 나아가면 됩니다. 세상일이란 모두 나쁜 것도 모두 좋은 것도 없습니다.
누군가의 변심에 크게 아파하고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갈등 없는 인간관계는 없으며 예기치 못하는 일들이 오고 가는 것이 인간 삶입니다.
이 세상 어떤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습니다. 상대가 흔들릴 수도 내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연인이든 사업파트너든 부부든 부모자식이든..... 매일매일 변하는 기상만큼이나 자주 변하니 그 변화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잘 적응해 나가야 바로 서겠지요.
젖지 않고 가는 삶은 없으니 말입니다.
접시꽃 시인 도종환
도종환시인은 청주에서 1954년에 태어나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1977년부터 중학교 교사와 시인이 직업이었습니다.
1985년 암으로 사별한 부인에 대한 애절한 시 <접시꽃 당신>으로 국민시인이 되었습니다. 여심을 흔드는 그 시는 목울대를 가득 채우는 슬픔으로 많은 사람을 울린 시였습니다.
그 시집이 300만 부 가까이 팔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시집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전교조에 참여하여 해직되었다가 복직하였지만 지병으로 학교를 사직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문인단체활동 후 정계에 입문하게 됩니다.
2012년 19대 비례대표를 시작으로 20대 21대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이며 2017년 문재인정부에서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 국회로 가버린 도종환 님에 대한 애정이 '접시꽃 당신'을 발표한 때만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운 시구와 인간 내면의 감정을 표현해 내는 능력이 타의추종을 불허하며 도종환 님의 시를 종종 읽습니다. 처음 <억새>를 읽으며 의아했습니다.
이미 국회에서 의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하신 분이 가진 것이 많지 않고 힘이 넘치는 자리에 앉아보지 않았다는 시를 쓰시다니.... 문인들은 이런 사기성 글을 막 써서 다시 글로 포장하면 되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억새> 시가 쓰인 시기는 지병으로 학교마저 그만두고 계실 때 쓴 시입니다. 몇 차례 구설수에 올랐었고 베스트셀러 시집 <접시꽃 당신>이 함께 욕을 먹는 국회의원 도종환 이제 문인으로 돌아오셨으면 하는 욕심을 내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