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도의 시 오우가에 나오는 다섯 벗은 물(水), 돌(石), 소나무(松), 대나무(竹), 달(月)을 말합니다. 오우가와 시를 일상어로 감상하고 윤선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우가 五友歌
지은이- 윤선도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 빛이 좋다 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좋고도 그칠 뉘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을 손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다
구천(九泉)에 뿌리 곧은 줄을 그로 하여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고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의 광명이 너만 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시 감상
윤선도는 물, 바위, 대나무, 소나무, 달을 의인화하여 다섯 친구라 합니다.
다섯 친구를 노래하는 오우가, 이들과 함께라면 삶이 족하다는 여유로운 태도 왜 좋을까요?
물은 깨끗하고 계속 흘러서 좋고, 바위는 그냥 그 자리에 끄떡없이 변함없어서 좋고, 소나무는 계절에 상관없이 사철 푸르르며 땅속까지 뿌리가 깊이 뻗은 점이 좋고, 대나무도 소나무처럼 사계절 푸르른 모습이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달은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고 밝은 눈으로 온 세상을 다 보고도 입 밖에 소리를 내지 않는 점이 좋다고 합니다.
아마도 조선시대 선비들이 갖춰야 할 덕목을 빗대어 반영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은이 윤선도
윤선도는 조선 중기 한성부에 윤유심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7세 때 큰아버지 윤유기의 양자가 되어 전남 해남군으로 내려가 대종가를 잇습니다.
어려서부터 기억력이 좋고 글을 잘 지어 주변을 놀라게 하였다고 합니다. 11세부터 절에 들어가 학문연구에 몰두하고 17세에 남원윤씨와 혼인을 합니다.
윤선도 집안은 동인으로 정여립 사건과 기축옥사 때 분당하면서 남인이 됩니다. 이때 고모부 이발이 유명을 달리하자 서인에게 앙심을 갖게 됩니다.
22세 때 진사시에 합격하여 바로 성균관 유생이 되어 광해군 때 북인들의 부패행위를 비판하고 인목대비, 영창 군, 임해군 등 처형을 비판을 합니다.
그때 북인의 모함을 받아 함경도 경원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고 이곳에서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시를 짓습니다.
인조반정으로 7년 만에 풀려나 임명되지만 서인의 탄핵이 반복되고 그들의 공격으로 정치생활을 원만하게 하지 못합니다.
정적인 송시열과 효종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만나기도 하지만 정치적 열세인 남인 집안이라 유배생활을 반복적으로 합니다.
49세 때 해남에 은거 중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남한산성으로 들어간다는 왕을 보호하기 위해 수백 명의 종들을 배에 태워 서울로 향합니다.
그러나 왕이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자 평생 은거를 결심하고 배를 돌려 제주도로 가던 중 태풍을 만나 보길도로 들어가게 됩니다.
보길도의 경치를 보고 반해 그곳을 부용동이라 이름 짓고 정자를 세워 산과 바다를 즐기면서 시를 짓고 수려한 산수에 마음을 뺏겨 10여 년을 머무릅니다.
이때 피난 중이던 한 처녀를 데리고 부용동에 들어간 것 때문에 서인들은 또 그를 잡아들여 국문을 하라고 청하기도 합니다.
윤선도는 정치적으로 열세인 남인 가문에서 태어나 집권세력인 서인의 공격으로 맞서다 20여 년의 유배생활과 19년의 은거생활을 합니다.
그러나 조상에게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으로 화려한 은거생활을 누릴 수 있었고 그의 탁월한 문학적 역량은 이런 윤택한 생활 속에서 표출되었습니다.
윤선도, 정철, 박인로와 함께 조선의 3대 가인으로 일컬어지는데 특히 윤선도는 정계를 물러나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자연자체에 몰입하여 작품을 썼습니다.
말년에 보길도 낙서재에서 한적하게 여생을 보내다 1671년 6월 11일 향년 84세로 명을 다 하였습니다.
자연을 문학소재로 채택한 시조 작가 가운데 가장 탁월한 역량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정조 15년 왕의 특명으로 발간된 시집 '고산유고'가 있습니다.
전라남도 해남의 해남윤 씨 종가인 녹우당에는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와 각종 친필을 비롯한 그의 증손인 윤두서의 자화상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