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낙화> 이형기, 조지훈, 유치환, 정호승 님의 시와 시인에 대해 소개드리겠습니다. 시적허용으로 철자나 맞춤법오류가 많이 있습니다. 일상어와 함께 감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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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洛花/지은이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님의 낙화는 대중음악 못지않게 널리 알려진 시입니다. 이제는 통속적으로 느껴질 만큼 그의 섬세한 시어들이 대중문화 속에 스며들어있습니다. 이 시는 1957년 그의 나이 25세에 썼다고 합니다. 꽃이 떨어지는 아름다움을 서술하고 자연의 순리, 삶의 순리에 따르는 것을 우울하거나 비관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20대 중반기 청년이 썼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삶을 통찰하고 있는 시어들입니다.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 등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도교적인 윤리관을 20대 청년 이형기는 떨어지는 꽃송이를 통해 성숙하게 서술하였습니다.
시제목인 낙화 (洛花)의 낙은 물낙으로 모란꽃의 다른 이름이라고 합니다. 문예지에 발표할 때 모란꽃이 떨어진다는 의미인 낙화로 발표를 했다고 합니다. 잎보다 먼저 피어 떨어지는 모란꽃은 무성한 녹음과 열매를 위해 떨어지는군요
낙화 落花/지은이 -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지는 그림자/ 뜰어 어리어 /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느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피었다 몰래 지는/ 고운 마음은/ 흰무리 쓴 촛불이/ 홀로 아노니/ 꽃지는 소리/ 하도 가늘어/ 귀 기울여 듣기에도/
조심스러워라/ 두견이도 한 목청/ 울고 지친 밤/ 나 혼자만 잠들기/ 못내 설어라
조지훈 님의 낙화는 이형기 님의 낙화와 다른 꽃이 떨어지는 낙화입니다. 생의 무상과 상실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숨어살 수밖에 없었던 시기 특히 일제말기는 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 이름조차 창씨개명을 해야 했던 때였습니다.
이 때는 우리말과 글을 빼앗기고 시마저 맘 놓고 쓸 수 없어 자연 속에 은둔했던 시인의 삶이 반영된 작품입니다. 화자가 있는 곳은 동이 틀 무렵이면 귀촉도 울음소리도 별도 사라집니다.
떨어지는 꽃이 보고 싶어 방안에 촛불을 켜지 않고 기다려 떨어지는 꽃을 보고 울고 싶어 진다. 그 모습을 보니 삶이 무상하고, 비애감과 상실감이 들어 슬퍼지지만 바람을 탓하지 않고 대자연의 섭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낙화/지은이 -유치환
뉘가 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더뇨/ 이렇게 쟁 쟁 쟁/ 무수한 종소리 울림하며 내리는 낙화/ 아길 이었다/
손 하나 마주 잡지 못한 채/ 어쩌지 못한 젊음의 안타까운 입김 같은/ 퍼얼펄 내리는 하아얀 속을/
오직 말없이 나란히 걷기만 걷기만 하던/ 아아 진홍 장미였던가/ 그리고 너는 가고/
무수한 종소리 울림하는 육체 없는 낙화 속을/ 나만 남아 가노니/ 뉘가 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더뇨.
유치환 님은 친일파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이미지가 많이 퇴색된 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학년도와 2023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에 유치환 님 시가 출제되었습니다.
워낙 활발한 문학인으로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인물입니다. 교과서에 실린 '깃발' '생명의 서' ' 행복' 등 유명한 작품이 있으며 1957년 초대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분이기도 합니다.
유치환 님의 낙화는 두 편으로 '동백꽃'의 낙화가 있고 여기 소개한 '눈'표현한 낙화가 있습니다. 이 시도 사랑하는 여인을 기다리는 그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47년부터 만 20년 동안 이영도라는 여인을 사랑하여 수천통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6,25이 전 것은 소실되고 남았는 것만도 5,000통이 넘는다 합니다.
그 편지들 중 200여 편을 골라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노라>라는 유친환시집을 이영도 씨가 냈습니다. 사랑은 시인으로 만들어 줍니다. 무엇이든 사랑하면 우리도 유치환 님처럼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을까요?
낙화/지은이 -정호승
섬진강에 꽃 떨어진다 / 일생을 추위 속에 살아도 / 결코 향기는 팔지 않는 / 매화꽃 떨어진다.
지리산 / 어느 절에 계신 큰 스님 다비하는 / 불꽃인가 / 불꽃의 맑은 아름다움인가 / 섬진강에 가서/
지는 매화꽃을 보지 않고 / 섣불리 /인생을 사랑했다고 말하지 말라.
현대시인 중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계신 정호승 님의 낙화는 비애감이 들거나 이별 생의 무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봄이 오면 봄꽃구경을 하겠다는 상춘객들이 몰려드는 지리산 일대 섬진강은 매화꽃을 구경하러 많이 가나 봅니다.
그러나 매화꽃은 피어있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꽃이 지는 모습이 눈발이 날리듯 섬진강에 몸을 던지니 섬진강에 꽃 떨어진다고 표현하네요.
이 시를 보니 저도 섬진강에 꽃 떨어질 때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그래야 인생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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