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 <사랑>, <우화등선> 김용택의 시입니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 시와 산문을 많이 썼기 때문에 섬진강시인이라 불린답니다. 두 편의 시와 시인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사랑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들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 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우화등선 羽化登仙
형, 나 지금 산벚꽃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있거든
형, 그런데, 저렇게 꽃 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핸드폰 꺼놓고 확 죽어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 벗고 죽어 버릴 년 어디 없을까.
섬진강시인 김용택
시인은 1948년 전북임실에서 태어나 순창농고를 졸업하고 임실덕치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후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1982년 시인으로 등단하였는데 항상 아이 들과 자연이 등장하였고 특히 섬진강을 배경으로 하는 글들이 많아 섬진강 시인이라고 불려졌습니다.
퇴직 후 고향의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마을전경과 자연을 소재로 소박하면서 감동이 가득한 시와 산문을 쓰고 있습니다.
윤동주문학상, 김수영 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다수의 시집과 , 동시집, 산문집 등을 냈습니다.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날>, <꽃산 가는 길>... 산문집으로 <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 < 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 외 동시집과 시모음집 등 다수의 저서가 있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평생 살았으면 했는데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경림 시인이 김용택시인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가로이 마루에 앉아 있는데 꾀꼬리 한 마리가 울면서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야아 꾀꼬리 울음소리 듣고 참깨 싹이 나온단다" 그러면서 참깨 밭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이 모습을 본 신경림 시인이 "용택이 네가 시인이 아니고, 너희 어머니가 시인이시구먼" 하셨다고 합니다.
김용택 시인은 또 인정한다고 합니다.
지금껏 자신은 어머니의 말을 시로 베껴 쓴 것에 불과하다며 겸손하게 어머니를 예찬했다고 합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드님 같습니다.
처음 <우화등선>을 읽으면 해학적으로만 느껴졌는데, 2cm 정도만 더 생각하면 세 상것들로부터 벗어나고픈 화자의 내면이 보이네요.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는 시도 있지만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苦)도 있으니 환장하게 좋은 날 좋은 사람과 죽어버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시 모두 바로 감정이 동화되는 시라 읽으면서 자신만의 감정을 비춰 볼 수 있는 시입니다. <우화등선>은 시집 속눈썹에 실려 있습니다.
- 저자
- 김용택
- 출판
- 마음산책
- 출판일
- 201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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