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설씨녀 설화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현재도 병역문제로 사랑하는 남녀가 헤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설씨녀와 가실이 하마터면 헤어질 뻔했겠습니다. 재미있게 보세요
언제
신라의 진평왕 때 설씨녀의 아버지는 나이가 많았는데 정곡을 방위해야 하는 당번으로 군대소집에 나가야 했다
설씨녀는 연세가 많은 아버지를 차마 멀리 보낼 수 없어 근심이 되었다. 여자의 몸으로 함께 가서 모실 수 없음을 한탄하며 수심에 싸여 있었다.
설씨녀는 집안형편이 어려웠지만 단정하고 행동이 반듯한 아름다운 아가씨로 동네 총각들이 그녀를 사모하면서도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 사량부에 사는 가실이라는 청년은 비록 집이 가난하고 외모 또한 볼품이 없었지만 뜻이 곧고 수양을 한 남자였다.
일찍부터 설씨녀를 사모하고 있었지만 감히 설씨녀에게 사모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설씨녀의 연로한 아버지가 종군을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가실의 청원
가실 은 용기를 내어 설씨녀를 찾아가 청하기를 "나는 비록 나약한 사람이지마는 일찍부터 의지와 기개를 스스로 자부하고 있으니 비록 불초한 몸이나 아버님의 병역을 대신하기를 원합니다." 하였다.
설씨녀는 매우 기뻐하여 안으로 들어가서 이를 아버지께 알리니 그 아버지는 가실을 불러 보고 말하였다.
"듣건대 그대가 늙은 내가 가는 것을 대신하다 하니, 기쁘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네. 그대의 소원대로 은혜를 갚을 생각이다. 만약 그대가 어리석고 누추하다고 해서 버리지 않는다면, 내 어린 딸을 아내로 맞으면 어떻겠는가?" 하였다.
가실 은 두 번 절을 하며 말하기를 "감히 바라지 못한 일이오나 그것은 저의 소원입니다. "라고 하였다.
이에 가실은 물러 나와 설씨녀에게 혼인하기를 청하니, 설씨녀 말하기를, "혼인이란 인륜대사이므로 갑작히 할 수는 없습니다. 내 이미 마음을 허락하였으므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어기지 않을 것이오니, 원컨대 그대는 방어하는 곳으로 나갔다가 교대하고 돌아온 후 날을 가려서 성례 하더라도 늦지 않겠습니다." 하였다.
(중략)
가실을 기다리는 설씨녀
둘은 결혼을 약속하는 증표로 거울 반쪽씩 나누어 가졌다.
가실과 설씨녀는 사랑을 약속한 후 가실은 설씨녀에게 자신의 말 한 필을 건네주고 떠났다.
그런데 국가에서 연고가 있어 사람을 뽑아 보내어 교대시키지 못하므로 , 가실 은 6년이나 머물러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이에 설씨녀의 아버지는 딸에게 말하기를 처음 가실 은 3년을 기약하였는데 이미 그 날짜가 넘은 지금도 돌아오지 않으니,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야 되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아버지는 그녀를 강제로 시집보내기로 작정을 하고 몰래 마을 사람과 혼인할 날을 받아 두었다.
설씨녀는 아버지 몰래 도망치려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가실이 주고 간 말을 보고 한숨을 쉬며 눈물을 흘렸다.
이때 가실이 돌아왔는데 가실은 너무 마르고 남루하여 사람들이 가실이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가실이 설씨녀와 반쪽씩 나누어가진 거울을 설씨녀에게 주었더니 그녀는 거울을 받아 들고 울음을 터뜨렸다.
둘은 일생동안 함께하기를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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